"대화록"


몇 해 전, 우리가 만났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그날 아마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기 바랐던 모양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날에 대한 기억이 이리 생생할 리가 없겠지요. 만나기로 한 술집이 일찍 문을 닫아 우린 집으로 방향을 틀었고, 담배를 잠깐 나눠 태운 뒤, 편의점에 들러 소주 두 병을 샀었지요. 서로를 궁금해하며 시간을 보낸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리 가까이 선 것은 낯설기만 했기에, 집 안에 들어찬 한기를 쫓아내는 건 아무 말 없이 내쉬는 호흡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적당한 안주가 없어 전 냉장고를 뒤져야 했고, 당신은 괜찮다 했지만 전 뭐라도 내어주고 싶었기에, 지난 아침 사다 두었던 고등어를 꺼내 고추장 양념에 무와 함께 졸여냈습니다. 얇게 잘라 넣었던 양파가 적당히 녹아 단맛이 도는 빨간 국물에 고등어 살을 적셔 먹으며 웃기도 하고,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의 새벽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사 온 술은 금방 동이 났고, 점차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보는 순간이 어색하지만은 않구나 느끼기 시작했을 때, 그때 우리는 같은 마음이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zcott.camus@gmail.com

대화의 기억과 내용에 대한 권한은 

대화를 나눈 이들과 '대화록' 페이지에 있습니다.